배우 문근영이 시를 읊는데 잘 들어보니 피자 광고다.
벗은 새우 민망해 가실 때에는 / 감자를 고이 감아 드리오리다.
바다의 보배 새우 한치 가리비 / 아름따다 피자판에 뿌리오리다.
해산물이 그리워 오실 때에는 / 씨푸드 아일랜드 드리오리다.
아, 이건 누구나 아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흉내 낸 것 아닌가! 남의 작품을 이렇게 써먹어도 되나 싶은데, 아무도 표절이라고 욕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 광고에서만 남의 창작품을 활용하진 않는다. 김춘수의 유명한 시 <꽃>은 수없이 재활용되었으며, 그중 하나인 장정일의 시는 문학 교과서에 실려 있을 정도다. 표절이라고 욕먹기는커녕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 (김춘수의 <꽃>)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전파가 되었다. … (장정일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