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구 수가 1000만을 돌파하고, 주거지 가운데 아파트 비중이 60%를 돌파한 이유가 그만큼 아파트가 살기 편안해서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파트 덕에 국민 대다수가 깔끔하고 안락한 주거환경을 누리게 됐는데 아파트가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방인의 눈에는 좀 달랐던 모양이다. 좀 오래된 얘기긴 하지만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1993년 서울에 왔을 때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대단지 아파트가 생겨났는지 너무나 궁금해서 박사 논문의 주제로 삼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실 우리도 안으로는 곯고 있다. 어느 지역에 어떤 브랜드의 아파트, 몇 평 대에 사는지 무심한 척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운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라는 아파트 광고 카피가 몇 년 동안 화제에 올랐다.
비슷한 지역의 비슷한 평형대라도 아파트 브랜드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게 당연한 걸까? 어느 곳에 어느 브랜드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경제적 수준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것, 이를 당연한 듯 광고 카피로 쓰는 이 발상은 속물적 상업주의를 여과 없이 노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