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2
사회, 문화
목록

문명과 야만, 과연 어떤 삶이 문화적인가

image

유럽 유학생의 경험

한국에서 러시아로 유학 간 학생이 하숙집을 구하게 됐다. ‘하숙생 구함’이라는 광고지를 보고 찾아가서 초인종을 눌렀더니 주인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묻더란다. “왜 왔어?” “하숙집 구하러 왔는데요.” “뭐 하는 사람인데?” ‘아하, 내가 동양인이어서 싫어하는구나’ 싶어서 정중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저는 한국에서 모스크바국립대학으로 유학 온 학생입니다. ‘안톤 체홉’의 희곡을 연구하러 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주머니의 태도가 확 바뀌더라는 거다. “세상에. 안톤 체홉을 연구한단 말이지. 들어오세요.” 벽난로 앞으로 안내를 하더니 따뜻한 차를 대접하더란다. 둘은 안톤 체홉에 대해서 장시간 토론을 했다. 물론 그 집에 하숙을 하게 됐고.

박노자의 책에서 본 얘기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동남아 유학생이 “저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을 연구합니다.”라고 하면 주인아주머니가 “세상에. 춘원 이광수를 연구한단 말이지.” 라고 반기면서 인삼차를 대접하고 춘원 이광수의 《무정》에 대해 토론하는 일이.

진중권이 전한 이야기 한 토막. 한국 학생이 독일로 유학을 갔다. 옆방의 폴란드에서 온 학생이 주말에 집에 다녀오려고 짐 싸고 있더란다. 열린 문 사이로 방안의 TV가 보이는데 우리나라 제품인 거라. 뿌듯해서 그 TV 우리나라에서 만든 거라고 자랑했더니 폴란드 학생이 부러워하더란다. “와, 너희 나라는 잘 사는구나.” 그러다가 별생각 없이 물었단다. “주말에 집에 가면 뭐 하니?” 폴란드 학생의 대답. “이번 주말에 온 가족이 오페라를 볼 거야. 그러고 나서 저녁식사하면서 그 오페라에 대해 토론을 할 거고. 코리아에서는 주말에 주로 뭐하니?” 쾅! 대답할 말이 없다. 폴란드의 ‘오페라와 토론’에 대응되는 우리의 주말 일정은?

맞다. TV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