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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젠더프리 캐스팅,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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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은 구분 없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중요한 건 시간, 시간뿐! _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중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연기’가 필요한 장르에서  성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여성 캐릭터는 여성 배우가, 남성 캐릭터는 남성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현대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차츰 이 공식을 깨부수는 접근이 등장하고 있다. 무대 위의 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 ‘젠더프리 캐스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생각해보았다.

하나, 젠더프리를 파헤치다

공연계에서의 젠더프리란 ‘캐릭터를 무성의 존재로 바라보고 남녀 누가 해도 관계없이 캐스팅한 경우’로 정의된다. 다만 이렇게만 본다면 의미가 매우 모호해지기 때문에 몇 가지 예시를 들어 보자. 우선 여성 배우가 남성 캐릭터를 연기하거나 남성 배우가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성별이 애초부터 없거나 남성이든 여성이든 무관한 캐릭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초월적이거나 관념적인 존재의 면모, 혹은 특정 인물의 해석을 더욱 다채롭게 열어 두기 위해 남녀 배우를 한 배역에 함께 캐스팅하는 것이다.

반면 이와 헷갈릴 수 있는 개념인 젠더벤딩이란 ‘캐릭터의 성별을 바꾸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젠더프리와 등장 배경은 유사하나 의미가 다르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줄리어스 시저’ 속 모든 인물을 여성으로, 배경은 여성 감옥으로 바꾸어 재해석했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속 로미오의 성별을 바꾼 창작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이 공연된 바 있다. 기존의 이야기를 비틀어 이름이 같은 두 여성 주인공을 앞세움으로써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둘, 등장 배경, 그리고 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