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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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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해설

《즐거운 불편》,

삶을 새롭게 일군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기자인 켄세이는 직접 ‘즐거운 불편’을 실천한다. 자전거로 통근하기, 자동판매기 음료 안 마시기, 외식하지 않기 등이 그것. 그의 실천은 현대 소비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밝히고 그 대안을 찾고자 함이다. 그의 문제의식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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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불편’이라는 말이 조금 이상해 보인다. ‘불편한데 대체 뭐가 즐겁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저절로 난다. 아마도 불편 앞에 굳이 어울리지 않는 형용사 ‘즐거운’을 둔 걸 보면, 불편 속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모양이다. ‘즐거운 불편’의 의미를 알아내려면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아는 게 도움이 된다. 《즐거운 불편》은 일본 <마이니치 신문> 기자인 후쿠오카 켄세이가 1998년 1월부터 다음 해 12월까지 2년 동안 <마이니치 신문> 문화란에 연재했던 것을 다듬어서 낸 책이다. 연재는 르포[1]형식으로, 켄세이가 직접 ‘즐거운 불편’을 실천하면서 겪은 여러 가지 경험을 기사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즐거운 불편’과 비슷한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책에는 켄세이의 경험을 담은 연재기사와 인터뷰가 함께 실렸다. 기사는 책의 첫 부분 <실천편>에 담겼고, 인터뷰 내용은 책의 중간 부분 이후의 <대화편>에 실렸다. 

켄세이가 처음 시작한 ‘즐거운 불편’은 자전거로 통근하기,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 사 먹지 않기, 외식하지 않기, 제철이 아닌 채소나 과일을 먹지 않기 등이다. 근데 이 정도 불편이라면 우리에게 꽤 익숙하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에 웰빙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고 채소나 과일을 더 많이 챙겨먹고 있다. 최근에는 운동할 짬을 못 내는 직장인들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켄세이의 실천과 다른 지점은, 켄세이는 그저 자신의 건강이나 행복을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환경보호’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건 것도 아니다. 그가 ‘즐거운 불편’을 시작하고, 책을 쓴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현대 소비사회의 모순이 무엇인지 밝히고 그 대안을 찾아 알리고자 함이다.

현대 소비사회의 맨얼굴

켄세이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소비사회로 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는 꼭 필요한 것이고, 이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생산과 소비가 모두 필요하다. 소비 없이 생산만 이루어진다면 지구는 온갖 생산품으로 넘쳐날 것이다. 게다가 소비하지도 않을 거라면 생산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저자 역시 사회 경제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의 소비사회는 소비 그 자체를 위해 생산을 한다는 것이 켄세이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소비를 부추기고, 소비자들은 ‘소비를 위한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켄세이의 설명을 더 들어보면 이렇다.

우선 기업들은 이익을 올리려고 물건을 만들고 파는데 열을 올린다. 소비자를 왕으로 모시겠다며 소비자 우선주의를 외쳐대지만 이건 모두 물건을 더 팔기 위한 말속임일 뿐이다. 더구나 기업들은 짧은 기간 내에 자꾸 새 모델을 만들어 소비자를 유혹한다. 또한 배달 시스템을 정비, 소비자들에게 편리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판매량을 올리기 위한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소비자들은 소비 중독에 가까운 현상을 보인다. 소비를 통해 얻는 안락과 쾌락에 빠져 소비 없는 삶은 생각도 못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소비자들은 생존 혹은 일상생활 유지를 위해 소비하는 게 아니라 소비 그 자체를 위해 소비한다. 다시 말해 소비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또 표현하는 것이다. 특히 사람들은 자신들이 구입한 상품으로 사회적 권위를 과시한다. 상품이 나와 타인과의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기호’이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타인과의 차이를 줄이고 집단에 대한 소속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상품을 구입한다. 물론 가난한 나라의 상황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