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남의 일은 쉽게 재단하지만 자기의 일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타인은 쉽게 정죄하고 규정한다. ‘쟤는 원래 저런 애야’ 혹은 ‘그런 행동을 했으니 네가 잘못한 게 분명해’ 등이 대표적 예다. 이토록 쉬이 규정당한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면 구구절절 비화가 쏟아져 나올 것이 뻔하다. 어떤 경우엔 다 듣고 난 후에도 생각이 바뀌지 않지만, 어떨 때는 커다란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니 법을 다루는 사람들은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신중하게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야 한다.
세상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만큼이나 법도 복잡하다. 가짓수도 많고, 종류도 많고, 규정도 산더미다. 사람들은 종종 ‘법대로’ 하자고 소리치지만, ‘법대로 하기’가 말처럼 그리 쉽지만은 않다. 무슨 법이 있는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법조문의 내용을 안다 해도 법 규정이 이 상황에 맞는지,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고민에 고민이 계속된다. 어떤 경우에는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관련 법조문을 찾는 것보다,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도 한다.
검찰이나 판사 같은 전문가라고 법이 쉬운 것도 아니다. 검찰이 몇 날 며칠 밤을 새워 수사를 하거나, 재판 하나가 몇 년씩 걸리는 이유도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정의의 사도로 나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해결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접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사건을 명확하게 풀어내는 것을 매우 흥미로워하곤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법률 현장은 그리 명쾌하지 않다.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기도 하고, 증거는 사라지고 남은 건 온갖 의혹뿐인 경우도 빈번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법률을 다루는 사람은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검사는 피의자가 범인이라고 결론 나면 기소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풀어줘야 한다. 무엇보다, 어떻게 해서든 주어진 시간 안에 사건을 확정해야 한다. 고도의 법률적 논리가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