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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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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고야가 보는 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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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에 왕성하게 활동했던 스페인(에스파냐)의 대표적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Goya, 1746~ 1828. 그의 삶은 굴곡이 많아 영화로도 자주 만들어졌는데, 작업의 영역도 광대해서 손쉽게 몇 마디 말로 아우르기 벅차다. 계절의 전환은 무심한 사람의 마음도 두드리는 법이리라. 오늘은 고야의 작품 중에서 거두절미, 춘하추동만 선보이련다. 마른 얼굴에 한 겹 바람이 지나갈 때 어렴풋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듯, 이 짧은 지면이 고야에게 가는 길의 초입이나마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바람에 가지가 휜다. 얼마나 차고 매운지 고개를 묻은 채 사람들이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다. 겨울이면 고야의 시대에는 가축을 도살해 긴 겨울을 대비했던 모양이다. 당나귀는 자기보다 무거워 보이는 돼지를 지고 있다. 도살한 돼지 위에 눈발인지 살얼음인지 하얗게 내려앉아 있다. 겨울의 황량함이 코끝을 시리게 한다. 정면으로 몰아치는 바람에 일행은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보이지만, 그래도 도살한 돼지가 있으니 곤궁함은 면한 듯하여 마음이 놓인다. 

지금 우리들 눈에야 별다른 것 없어 보이는 그림이지만, 고야의 <겨울>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관점에서 그려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그림이 완성되자 사람들은 고야의 예술적 창의력에 입을 모아 찬사를 보냈단다. 이전까지는 고야처럼 겨울을 다룬 작가가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