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3
대중문화, 미디어
목록

영상 읽기

<거대한 해킹>,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은 전 세계 23억 명을 거느린 페이스북이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image

민주주의의 붕괴와 <거대한 해킹>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 자유와 평등이 구석에 내몰리고 공포와 혐오가 ‘핵인싸’가 되었다. 희생양 찾기에 몰두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은 비틀거리는 민주주의의 턱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테러리즘과 실업에 대한 공포를 키우면서 이슬람과 난민과 여성에 대한 혐오를 일상화한다. 거대 기업의 이익을 지키고 키우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다. 자유를 전면에 내세운 현대 자본주의 경향은 약육강식의 질서를 강조하며 평등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평등 없는 자유는 동물의 왕국을 만든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우파 포퓰리즘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선동으로 가득하다. 트럼프는 재선 전략으로 ‘인종주의’를 전면에 내걸었고, 아베는 한국에 대한 경제전쟁으로 국가주의를 강화한다.

민주주의는 ‘보편적 개인’의 기반 위에 성장했다. 전혀 다른 개인에게 1인 1표의 주권을 동등하게 부여함으로써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했다. 물론 현재의 민주주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투쟁이 있었다. 노예 해방과 흑인 참정권 운동, 여성 참정권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피를 흘렸다. 이후 민주주의는 투표권의 동등함을 넘어 평등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고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신장됐다. 그렇게 민주주의는 비뚤게 갈지언정 결국 전진할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영국 신문 <가디언> 기자 캐롤 캐드월레어(​Carole Cadwalladr​)의 지적처럼 “민주주의는 망가지고 법은 사라졌다.” 민주주의 붕괴를 이끈 핵심에 기술혁명이 있다. 우리는 기술혁명의 미래에 대해 많은 논쟁을 해왔다. 낙관론도 있었고 비관론도 있었다. 지난 7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거대한 해킹(The Great Hack​)>을 보면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전 세계 23억 명을 거느린 페이스북이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그들이 보유한 천문학적인 개인정보는 선거에서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방황하는 유권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해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표의 등가성으로 설계된 민주주의가 내용적으로 붕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선거에 이용된 ‘거대한 해킹’, 빅데이터를 이용해 심리를 조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