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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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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 해설

《평균의 종말》,

평균의 사회에서 개개인성의 사회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평균 없이 설명할 수 없다. 뉴스에서는 평균 소득, 평균 수명 등 평균을 기반으로 한 자료가 연일 등장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평균과 비교하며 우열을 가늠한다. 평균을 기준으로 삼으면 결과를 내기도 편리하고, 설득력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평균으로 개인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어떤 원칙으로 개인을 판단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어떻게 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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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마’는 없다

1900년대 초 미국의 유명 부인과 의사 로버트 L. 디킨슨과 조각가 아브람 벨스키는 1만 5000명의 젊은 성인 여성의 신체 치수를 수집해 ‘노르마’라는 조각상을 만들었다. 당대의 학자들은 ‘노르마’가 여성의 정상 체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 예술가들은 노르마의 아름다움을 찬양했고, 교사들은 노르마를 이상으로 삼아, 여학생들을 운동시켰다.

노르마 열풍은 조각상과 신체 지수가 근접한 여성을 뽑는 대회로까지 이어졌다. 모든 사람들이 ‘제일 평균적인 사람을 찾는 것이니, 근소한 차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리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평가 항목 9가지에서 모두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은 당시 대회 우승자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약 4000여 명의 참가자 중 5가지 항목이라도 평균에 들어맞는 사람은 4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극찬한 노르마는 현실에는 없었다. 어느 여성도 노르마를 재현하지 못했다. 교사의 권유에 따라 운동을 시작한 여학생 중 누구도 노르마처럼 될 수 없었다. ‘노르마’는 애초에 없었다.

우리는 일생을 제2, 제3의 노르마에 얽매여 살아왔다. 아기일 때 우리의 성장은 또래에 비해 얼마나 빨리 걷고 말하는지로 가늠되었고,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면 평균 점수와 비교하여 학업적 성취를 평가받았다. 하다못해 옷을 살 때도 맞춤 제작이 아닌 이상 어딘가 불편한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을 감수하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옷을 사곤 한다. 개인과 사회는 이 밖에도 결혼 시기, 소득수준 등 많은 것들을 노르마에 맞추기 위해(혹은 노르마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평균은 어떻게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는가

평균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학교와 기업에 도입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프레드릭 윈슬로 테일러였다. 테일러는 이직률이 1500퍼센트에 이르는 공장들을 지켜보며 신식 공장들의 비효율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는 개개인성을 무시함으로써 공장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과거에는 인간이 최우선이었다면 미래에는 시스템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공장 근로자들이 특정 공정을 실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공정들을 표준화해 근로자들이 이 기준에 맞춰 일하도록 강제했다. 이 방식은 큰 인기를 끌어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표준화를 도입했고 미국의 교육 제도도 바꿔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