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얘기 알지?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숨겨두었다가 나중에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자 설마 도망갈 일은 없겠지, 하면서 선녀에게 날개옷을 내주잖아. 선녀는 날개옷을 찾자마자 두 아이를 안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고. 친정으로 가버린 거지.
왜 그랬을까? 지상의 삶이 너무 힘들어서 탈출한 건 아닐까? 나무꾼과 선녀는 서로 좋아해서 결혼한 건 아니었어. 나무꾼이 여러 날개옷 중 하나를 감추었고 그 날개옷의 주인인 선녀가 운 나쁘게 ‘결혼을 당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녀가 행복했을 가능성은 낮아보여. 더구나 선녀는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가사 노동에 시달렸을 거야. 나무꾼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을 가능성도 거의 없고. 어쩌면 이 이야기는 납치 결혼을 당한 선녀의 탈출기로 읽는 게 맞을지도 몰라.
하늘의 선녀도 이럴 정도이니 지상의 평범한 여성은 얼마나 더 힘이 들었겠어. 남자 여자 똑같이 공부하고, 학교를 졸업하면 남녀 차이 없이 회사에 들어가는 데 무슨 소리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회사에 들어간다고 해도 여성의 경우 승진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게 현실이야. ‘유리 천장’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난 거야. 회사의 공식적인 정책으로는, 여자여서 안 된다는 조항 같은 게 전혀 없지만 실제로는 여성의 경우 충분히 능력을 갖추고도 높은 자리에 오르기가 어려운 환경이지. 천장이 유리로 돼 있어 언뜻 보면 없는 것 같지만, 엄연하게 있듯이 말이야. ‘유리천장’은 보이지 않는 성차별을 지적하고 있는 용어야.
명절 때를 떠올려봐. 아마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집안일을 훨씬 많이 할 거야. 가부장적인 문화 때문인데, 그래서 실제로 명절 후 이혼율이 높아지기도 해. 지난 대선에서 홍준표 대통령 후보는 ‘설거지는 여자가 하는 일’이며 ‘하늘이 정해놨다’고 말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어.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 김지영은 유모차 끌며 커피 한 잔 들고 공원에 갔다가 “맘충 팔자가 상팔자”란 조롱을 받기도 했고.
고정희의 시 <우리 동네 구자명 씨>에서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