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살의 균형 잡힌 체격의 헨리 지킬 박사. 그는 막대한 부와 좋은 평판을 모두 얻은 사람이다. 반면에 왜소한 체구의 에드워드 하이드는 불쾌하고 혐오감을 일으키는 젊은이로 저주받아 마땅한 악마의 아들이다. 음산한 기운이 안개에 뒤섞인 런던의 밤거리. 하이드는 악령이 깃들지 않았다면 절대 저지를 수 없는 범죄를 일으키고는 종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The strange case of Dr. Jekly and Mr. Hyde)》는 공포소설로서의 기묘한 마력(魔力)이 충만한 고딕풍 소설이다. 환상과 현실을 결합하는 솜씨가 탁월한 작가 루이스 스티븐슨은 공포소설의 기법에 충실한 형식을 취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건의 전모를 끝까지 밝히지 않은 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어터슨 변호사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지킬과 하이드가 어떤 식으로든 연관돼 있음을 감지하지만, 쉽게 진실에 다다르지는 못한다. 몇 사람의 증언이 뒤따르고, 몇 통의 편지글이 등장하다, 마지막에 지킬 박사의 고백을 읽고 나서야 겨우 전체 내용이 밝혀진다.
더없이 흥미진진한 구성이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김빠진 콜라처럼 톡 쏘는 제맛을 만끽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지킬과 하이드가 하나의 육체에 깃든 두 자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작품 발표 당시의 독자였다면, 이야기는 달랐겠다. (1886년 발표 당시, 영국에서만 발간 6개월 만에 4만 부가 팔렸고, 빅토리아 여왕도 읽었을 만큼 폭발적인 반응이었단다)
어찌 되었든 이 모든 사정을 감안해도, 읽기를 권한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장 ‘헨리 지킬의 고백’ 편을 읽다 보면, 이 책이 단순히 대중적 재미에 기댄 괴기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