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는 아이돌 천하다. 한국의 아이돌은, 10대에 데뷔한 연예인, 솔로보다는 그룹, 대형 연예기획사에서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낸 스타를 말한다. (이 글에서 '아이돌'은 아이돌 스타, 아이돌 팝 등 아이돌 문화 전반을 지칭한다. )
‘아이돌’은 영어로 우상이란 뜻이다. ‘idolum’이라는 라틴어에서 온 말로, ‘이미지, 형상’이란 의미. 종교적으로 보면 늘 신에게 기도를 드리지만 실제로 신을 보거나 만질 수 없어서 신을 대신해서 십자가나 불상 같은 형상에 신의 의미를 담았다. 아이돌 스타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팬들이 사랑하는 아이돌은 만들어진 이미지로, 마음속에서 한껏 부풀려지고 꾸며진 일종의 ‘우상’인 셈이다. 이 이미지는 아이돌이라는 문화상품을 생산한 대형 기획사들이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며 만들어낸 것이다. 기획사들은 춤과 음악뿐만 아니라 캐릭터에서부터 서사까지 세밀하게 이미지를 생산해낸다. ‘불꽃 카리스마 민호’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환상 속에나 있을 법한, 상상의 세계에나 존재할 법한 이들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고 응원하고 환호하고 열광하며 지루하고 숨 막히는 현실을 위로받는다.
한국의 아이돌은 한국의 대중문화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그들의 성과 또한 놀라운 것이며, 소속사의 육성 프로그램이 있다고는 해도 이를 성취해낸 아이돌 개개인의 노력 또한 인정할 만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논란도 쌓여 있다. 아이돌 팝에 대한 음악적인 비판은 별개로 두자. 그러나 국회에서조차 언급됐던, 소속사와 연예인 간의 불공정 계약, 혹독한 연습생 시절을 보냈지만 데뷔에 실패한 뒤의 극심한 후유증, 연습생 생활의 트라우마로 인한 섭식장애, 불안증 같은 심리적 질병, 음악계의 과도한 아이돌 편향화로 다른 뮤지션이 설 자리가 없는 것 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아이돌 지망생, 연습생 100만 명 시대라고들 한다. 경쟁을 뚫고 데뷔할 확률 1%, 성공확률 0.01%, 그나마 성공해도 5년 이상 활동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아이돌의 화려한 모습만 보고 무작정 환상을 좇아서는 안 된다. 팬이든, 지망생이든 아이돌 신기루 속에서 길을 잃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