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물 위기, 온다" |
물 위기라고 하면 으레 식수조차 구하지 못해 수인성 질병을 앓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아이들을 떠올린다. 물론 물 재난은 주로 아프리카(29%)와 아시아(35%)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물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극심한 가뭄으로 자기 집 정원에 있는 꽃에 물을 주다 적발되면 벌금 1만 3,000달러를 내야 한다. 농업지역인 미국의 캘리포니아에는 물 사정 악화로 농장을 폐쇄한 곳이 늘고 있고, 급기야 인근 네바다에서 물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물 부족 국가로 분류돼 있고, 2050년이 되면 OECD 국가 중에서 물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 있다.
유엔은 2003년 세계 물보고서에서 지난 1991년부터 2000년 사이에 발생한 2557건의 자연재해 중 90%가 홍수, 가뭄 등 물과 관련된 재해라고 밝혔다. 물 부족으로 이미 전 세계 11억 명이 고통을 겪고 있고, 661개 도시 중 3분의 2가 만성 물 부족을 겪고 있다. 2030년이면 세계 인구의 절반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식량 조달을 위한 담수 필요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이 증가해 지금처럼 물을 쓰다가는 2050년이 되면 3명 중에서 2명이 물 부족 상태로 생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 위기는 부풀려진 신화가 아니고 이미 도래한 현실이다. 위기에 비해 이를 과소평가할 때 <인터스텔라> <매드 맥스> 같은 영화에서 펼쳐진 것과 같은 비극적인 미래가 현실이 될 것이다.
물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반면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 한정적이어서 세계의 물 전쟁은 예고된 셈이다. 거기다 기상이변과 인구 증가, 식량 확보를 위한 담수 필요량 증가로 물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이에 많은 학자들이 20세기에 석유를 둘러싸고 수많은 전쟁을 치렀듯, 21세기에는 물 쟁탈전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물 부족으로 인한 갈등은 전쟁을 점화 중이다. 이라크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에 주요 도시들이 있는데, 물값이 석윳값보다 비싼 상황이다. <가디언>은 시리아·이라크 분쟁의 승패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물과 댐, 수로 등 물 공급을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립국방안보연구소(RUSI) 카타르 지부의 마이클 스티븐 부국장은 “우리는 지금 물 통제권을 둘러싼 전투를 목격하고 있다. 물은 현재 이라크 내 모든 세력의 전략적 목표물이다. 그것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물을 통제하면 바그다드를 장악할 수 있고,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