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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1부>

페이스북, 광고, 민주주의...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세 단어들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페이스북이 인류의 소중한 가치인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한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일까? 페이스북의 역사와 특징, 관련한 사회적 담론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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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점 01  페이스북, 현실의 관계를 디지털 네트워크로 확장하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활성 계정이 가장 많은 소셜미디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가 220개국의 온라인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 2021년 보고서를 보면, 페이스북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27억 명이 넘는다. (전 세계 인구는 76억 명 정도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유튜브가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가졌다면, 페이스북은 짧은 글과 사진 몇 장으로도 쉽게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성공의 가장 큰 동력은 익명성에 숨지 않은, 신원身元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는 점에 있다. 

신원이란 신분이나 평소 행실, 주소, 원적(​原籍​), 직업 따위를 뜻하는 말이다. 나의 페이스북 친구가 어떤 사람이고 누구와 친분 관계가 있으며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소통을 위한 대전제, 즉 신뢰성을 부여한다. 낯선 사람과 소통할 때의 불안을 없애줘서 더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네트워크를 맺게 됐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의 프로필만 봐도 직장, 학교, 거주지, 배우자 정보가 노출돼 있다. 중요한 신상정보가 거의 공개된 셈이다. 이용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기본 신상정보를 어느 정도 공개한다. 

페이스북 역사를 읽다 보면 이 채널의 기본 성격이 가늠된다. 페이스북을 만들기 전, 하버드대학 학생이었던 저커버그는 ‘페이스매시’를 만들었다. 웹사이트에 올려진 기숙사 학생 목록을 가져와 두 학생의 사진을 두고 누가 더 ‘핫’한지 고르는 프로그램이었다. 하버드대는 보안, 저작권 및 프라이버시 위반을 이유로 저커버그를 퇴학시키려고 했다. 얼마 후 다행히(?) 이 일은 무마됐다. 이후 저커버그는 2004년 페이스북의 전신인 ‘더페이스북’을 선보였다. 처음에는 하버드대 학생들만 이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한 달 만에 하버드생 절반가량이 등록했다. 한 달 후, 더페이스북은 콜럼비아대, 스탠포드대, 예일대 등 다른 대학 캠퍼스로 확산됐다. 이듬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닷컴(​facebook.com​) 도메인을 매입, 회사 이름을 페이스북으로 바꿨다.

더페이스북은 정확히 그 이름이 가리키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각 페이지는 사진과 함께 당사자의 신상 명세와 연락 정보를 담고 있었다. 뉴스피드도 없었고 장식도 없었지만, 파란색 위주의 컬러와 글자꼴은 현재 이용자도 알 수 있을 만큼 당시에도 비슷했다. _《마크 저커버그의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