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도 다듬고 정리해서 제대로 쓸모 있게 만들어야 가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좋은 ‘구슬’이 사방천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십대 출판사에 막 입사해서 일하던 초년병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구석기 시대나 다름없었지요. 출판사 편집부 책장에 꼭 갖추고 있는 책이 ‘브리태니커’란 백과사전이었습니다. 수십 권짜리였지요. 책을 편집하다가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그 책을 뒤적거렸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항상 두툼한 브리태니커 사전 몇 권이 굴러다녔어요.
러시아 소설을 교정보는데 ‘사모바르’란 말이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사모와르인지, 사모바르인지 뒤섞여 있는데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겠더군요. 그럴 때마다 무겁고 육중한 백과사전을 항목별로 찾아 읽어보고 확인하는 게 일이었지요. 이 글을 쓰느라 다시 보니 ‘러시아 가정에서 물을 끓이는 데 사용하는 주전자’라고 나오고 바로 아래 항목에 이런 러시아 속담도 같이 뜨더군요. ‘사모바르와 여식은 어디나 같이 간다.’ 매섭게 추운 러시아에 아주 요긴한 물건임을 알게 해주는 속담입니다. 단 1분도 안 걸려서 내용 확인이 가능하고, 한눈에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상도 엿보게 해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식을 얻는 방법이 너무나 쉬워졌습니다. 옛날에는 내용 확인을 더 깊이 있게 하려면 외출증을 끊고 남산 국립도서관, 정독도서관에 가서 필요한 자료를 잔뜩 복사해서 들고 오기도 했습니다. 만일 그때 <유레카> 같은 잡지를 만드려면 지금 인력의 몇 배, 시간과 공도 몇 배 더 들여야 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