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만큼 조예가 깊고, 친절한 네이버 지식인에게 말입니다. 네이버는 제게 몇 가지를 더 질문했습니다. 외우는 번호가 5개 미만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나요? 내비게이션 없이는 운전하는 것이 두려운가요? 모두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병명은 치매, 그러나 알츠하이머(퇴행성 뇌질환)가 아닌 ‘디지털 치매’ 라고 합니다. 디지털 치매는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디지털에 중독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라고 하는데요, 꼭 치매 초기 증상처럼 기억력이 감퇴되고, 건망증이 생기지요.
디지털 중독이 심해지면, 더 많은 질환들이 찾아옵니다. 스마트폰을 하루 16시간 동안 150번 들여다 보는가 하면 열에 일곱은 울리지 않는 단말기에서 진동이나 벨소리를 느끼는 ‘유령진동 증후군’이 생기고, 수면 중에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지적 능력은 갖췄지만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아스퍼거 증후군’, 팝콘이 튀어 오르는 듯 스마트폰의 즉각적이고 강한 신호에만 반응을 보이는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도 디지털 중독의 증상들입니다.
무서워하는 저에게 네이버는 물리적인 처방약 대신, 생활습관을 조절해 디지털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를 권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다음부터 몸이 아프면 인터넷 검색이 아닌 진짜 의사를 찾으라고. 이렇게 인터넷 검색결과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디지털 중독의 한 현상이라고 말입니다.
‘디톡스’는 흔히 독소라 부르는 인체 유해물질을 몸 밖으로 빼내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독소라는 것은 인간이 신진대사를 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배출이 되는데, 현대인들의 경우 플라스틱과 방부제 사용이 많고 운동량은 적어 독소가 쉽게 쌓이고 쉽게 배출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독소를 빼내기 위해선, 금식이나 단식을 해야 합니다. 독소를 빼내는 동안 독소를 섭취하면 안 되니까 최소한의 영양분만을 섭취하며 독소를 빼내야 합니다. 그래서 디톡스는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먼저 알려지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