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이라는 개념은 친숙하다. 하지만 문화생활을 원하는 만큼 마음껏 즐기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어떨까? 단번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많지 않다. 비용이라는 큰 장벽이 사람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여가를 내야 한다는 시간적인 비용과 금전적인 비용 모두. 물론 요즘에는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하게,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과 순간에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있다. 바로 무대 예술, 즉, 공연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공연이 있고,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공연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편이다.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는 매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클래식을 비롯한 발레, 오페라 같은 공연은 어느 정도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도 최근 들어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고. 하지만 막상 주변에서 공연 관람을 자주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문화 예술 분야 중에서도 특히나 역사가 오래된 것은 공연일 텐데. 언제부터, 그리고 왜 한국의 공연 산업은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걸까?
나는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 지인들에게 공연 관람이 취미라고 말하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돈 많이 들겠다.’ 오늘은 이 한 마디에 담긴 공연 문화의 문제를 고민해보려고 한다.
공연 관람 가격은 다른 문화 산업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높다. 당연히 대중들의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영화나 전시는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데에 반해, 공연은 그렇지 않다. 클래식 공연이나 콘서트의 경우에는 티켓값이 워낙 유동적인 편이라 논의하기 쉽지 않고, 어느 정도 가격대가 고정되어 있는 연극이나 뮤지컬의 가격을 파헤쳐 보려고 한다. 다만 여기에서는 소규모 극장에서 헐값에 판매하는 오픈런[1] 공연들은 제외한다. 이런 공연들은 애초부터 만 원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팔아치울 것을 노리고 낮은 질로 만들어지는 양산형 공연에 불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