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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수 향한 사이버불링,

쇼트커트가 문제?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양궁 국가대표팀은 양궁 종목 5개 중 4개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안산 선수는 이 중 3개 종목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많은 사람이 안 선수가 이룬 성과를 축하했지만, 일각에서는 안 선수에게 부당한 비난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안 선수를 향한 비난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이런 논쟁이 벌어진 원인이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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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선수 향한 사이버불링, 무책임한 언론 보도가 키웠다

2020 도쿄 올림픽 혼성 단체, 여자 단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하계올림픽 첫 3관왕을 차지한 안산 선수가 사이버불링[1]을 겪었다. 안 선수를 향한 사이버불링은 2021년 7월 24일과 25일 치러진 양궁 혼성·여자 단체 결승전 이후 시작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안 선수가 쇼트커트 머리 모양을 한 것은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자 선수를 향한 악성 댓글이 달렸다. 일각에서는 안 선수가 과거 SNS에 쓴 용어가 남성혐오적인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용어는 인터넷 등지에서 폭넓게 유행한 말일뿐, 안산 선수는 남성혐오성 글을 작성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태는 정치권으로 번졌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신의 SNS에 안 선수가 남성혐오 단어를 사용해서 갈등이 생겨났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페미니즘을 빌미 삼은 온라인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권지웅 이재명 캠프 부대변인 역시 양 대변인의 발언이 사이버불링의 책임을 피해자인 안 선수에게 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선수의 잘못이 없었는데도 이렇게 사태가 커진 이유는 ‘쇼트커트 페미니즘 논란’ 등의 내용으로 기사를 낸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021년 7월 29일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는 성명에서 “공인이나 유명인의 발언이라도 혐오와 차별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 것은 ‘성평등 보도 가이드라인’을 모르더라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보도윤리”라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한 언론의 잘못을 지적했다.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원장 역시 “양 진영 간의 갈등인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 또한 일방적인 온라인 폭력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꼬집었다.

반페미니즘 정서, 사이버불링으로 이어지다

언론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팽배한 반페미니즘 정서가 안산 선수를 향한 사이버불링으로 표출됐다고 분석한다. 반페미니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반발이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이 고용시장에서 겪는 불평등과 경력 단절 문제를 다룬 소설로, 2016년 출간 이래 1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다. 방송인 유재석과 배우 유아인을 비롯한 많은 연예인이 소설을 언급하며 공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