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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토론을 위한 배경지식

존엄한 죽음을 맞기 위하여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생명연장장치를 달지 않고 편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른바 ‘존엄사법’이 국회 복지위를 통과,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종교계 등의 반대도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존엄사법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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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폭넓지만 안락사는 사회적 논란이 거세

존엄사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혼수상태나 뇌사상태에 있는 환자들이 생명연장 장치를 달지 않고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할 수 있는 치료를 다했지만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인공호흡기 등의 생명연장장치를 제거해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의식을 잃은 후 죽음에 이르는 시간이 짧았는데, 의술의 발달로 ‘의식은 없지만 살아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논쟁이 되어왔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고통을 가중시켜왔지만 연명치료를 중단할 경우 의사와 가족이 형사처벌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엄성을 해치지 않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선택이란 점에서 존엄사는 안락사와 같지만, 안락사는 회복 불능의 환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 의료상의 조치를 취해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안락사의 경우 자연스러운 죽음이 아닌, 치사량의 모르핀을 주사하는 등 직접적인 행위가 수반돼 ‘조력 자살’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존엄사를 '소극적 안락사' 로 칭하는 반면 안락사는 '적극적 안락사'로 구분해 부르나, 꼭 명확하게 구분·사용되진 않는다. 여기서는 구분을 적용해 보자면, 존엄사에 대해서는 어느 사회에서든 사회적 합의가 폭넓지만 안락사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란이 거세다. 섣부른 자살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안락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만 존엄사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추세다. 

02 생명연장치료와 방어적 의료행위

생명유지는 크게 호흡과 심박동, 배설대사 유지 등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생명연장치료로 논란이 되는 것은 호흡과 심박동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심폐소생술이나 강제적인 영양공급, 약물주입, 인위적인 혈압상승술 등이다. 보통 말기암 환자나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들은 자발적으로 호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관지를 절개하고 튜브를 삽입하여 호흡시키는 등 인공적이고 기계적인 방법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치료가 계속될 경우 환자와 가족들이 정신적·육체적ㆍ경제적으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회생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방어적 의료행위가 늘었다.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를 보호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의사가 퇴원을 허락한 적이 있었는데, 퇴원 후 환자가 사망했다. 이 사건은 6년 동안 법리적 논란 끝에 환자의 부인에게는 살인죄를, 의사들에게는 살인방조죄를 적용했다. 이 사건 때문에 가족과 의료진은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없어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03 국내 첫 존엄사 소송, 2008년 김할머니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