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막 한 살이 넘었을 때 받은 커다란 침팬지 인형과 늘 함께였습니다. 어른들은 흉측하고 커다란 그 인형을 보고 아이가 싫어할 것이라 장담했지만 누구보다 더 가까운 친구로 지내게 됐습니다. 주빌리란 예쁜 이름도 지어줬고요. 아이는 동물을 좋아하는 소녀였습니다. 동물이라곤 개, 고양이, 참새, 비둘기가 전부인 런던 한복판에서 태어났지만, 진흙구덩이에 꿈틀대는 지렁이나 파도에 밀려온 바다 달팽이를 보고 만지며 생명의 신비함에 빠져들었습니다.
아이는 점점 자라 소녀가 되면서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느꼈습니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거나 태양이 구름 뒤에서 얼굴을 내미는 그 순간, 새가 지저귀는 나무 아래를 지나는 그 시간을, 그녀는 사랑했습니다. 소녀는 어른이 되어 그토록 꿈꾸던 광대한 자연의 품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그 안에서 살며, 점점 사라져가는 침팬지들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이야기입니다.
1939년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하고, 본격적으로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전쟁은 제인 구달의 어린 시절 전체를 지배하였습니다. 독일 비행기가 윙윙거리며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고, 우레와도 같은 폭발음이 시시각각 들리는 두려운 순간들, 공습경보가 울리면 온 가족이 몸을 웅크리고 한데 모여 덜덜 떨어야 했던 기억은 어린 소녀의 가슴에 큰 응어리로 남았죠. 왜 인간들은 전쟁하고 서로 파괴하려 드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