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9월 독일은 침공 2주 만에 폴란드 군을 대파했다. 유대인들은 가족번호를 등록했고 매일 1만 명 이상의 유대인이 지방에서 크라쿠프에 도착했다. - 영화 <쉰들러 리스트> 중
크라쿠프에 도착한 유대인들은 다시 폴란드 남부의 작은 공업도시, 오슈비엥침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을 것이다. 비극이 시작되는 땅인지도 모른 채….
크라쿠프에서 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백만 명의 유대인, 로마인, 소련군 포로, 장애인, 동성애자들을 수용하고 처형했던 장소다. 종전과 함께 나치가 자신들의 대량학살을 은폐하기 위해 파괴하려 했으나 그 일부가 남아 현재 박물관과 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대강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서대문형무소를 떠올리면 유추하기 쉽겠다. 다만, 특이한 점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라는 것. 유대인들의 가장 슬픈 기억이 깃든 곳이자 독일인들이 가장 숨기고 싶은 치욕의 역사가 문화유산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유네스코의 지정은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문신을 새기듯 두고두고 그 의미를 되새기란 뜻일 테다.
유대인들이 수용됐던 시설건물, 처형당했던 장소, 2년 동안 2만kg의 독가스를 소비했다던 가스실, ‘죽음의 길’로 불렸던 기차역 들판, 수용소를 둘러싼 전기 철조망 등. 일부러 박물관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님에도 수용소에는 넓은 부지에 걸쳐 다양한 학살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가이드가 없이는 그 우울함에 압도돼 공포까지 느낄 정도다. 사연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그저 아름다운 풍경인 것만 같은데, 대체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