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Silk Road), 비단길라고 불리는 길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실크로드라는 이름 자체는 19세기 말에 만들어졌다. 1877년 독일의 지리학자 리히트호펜(Ferdinand von Richthofen)은 《중국》이라는 책에서 실크로드라는 단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그는 고대 유라시아 대륙에서 이루어진 동서 교류의 중심에 비단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이덴슈트라쎄(Seiden Straße)’, 즉 ‘비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20세기로 넘어와 실크로드가 시리아와 이스탄불을 지나 로마까지 이어져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오늘날까지 실크로드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실크로드라는 이름은 확실히 매력적이고 로맨틱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몇 가지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우선 ‘실크’라는 명사를 보자. 실크, 즉 비단은 중국에서 생산되어 서역으로 수출한 물건이다. 이 때문에 실크로드라는 이름은 이 길이 비단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문물이 서역에 일방적으로 전해진 길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실크로드는 결코 일방적인 문화의 전파로가 아니었다. 다양한 중국의 문화와 문물이 이 교역로를 통해 서쪽으로 전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서역의 문화와 문물도 바로 이 길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실크로드라는 이름이 불러일으키는 또 하나의 오해는 듣는 이가 이 교역로를 하나의 선, 즉 유일한 경로로 오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주요 경로(간선)만 해도 3개, 그로부터 갈라져 나온 지선이 5개였다. 3대 간선을 꼽아보자면 북쪽의 온대초원 지역스텝을 지나는 ‘초원길’과 내륙의 사막 지대를 가로지르는 ‘오아시스길’, 동남아시아의 연안 지역을 따라 인도와 아랍, 아프리카로 이어진 ‘바닷길’이 있다. 거기서부터 유라시아 대륙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5대 지선이 갈라져 나온 것이다. 즉 비유하자면 실크로드는 ‘선’이 아니라 ‘면’이었으며, 그 길을 따라 형성된 거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 자체가 바로 ‘실크로드’였던 것이다.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가 문화와 문물을 교류하면서 서로를 생성시킨 거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