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하 남아공)은 다민족 국가로 다양한 문화와 언어, 종교들이 뒤섞여 있어. 남아공은 특히 인종문제에 관한 이슈가 많은 나라야. 왜냐하면 흑인이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데도 불구하고 소수의 백인이 국가의 권력을 오래 장악해왔기 때문이야. 그래서 20세기 내내 흑인들은 백인이 주도한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싸워왔어.
남아공 인종차별 역사에서 유명한 두 명의 인물이 있는데, 최초로 흑인대통령을 역임한 넬슨 만델라와 평생 남아공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투쟁했던 데스몬드 투투 성공회 명예 대주교야.
투투는 1931년 남아공의 대도시 요하네스버그 빈민촌에서 태어났어. 투투가 열두 살 때 결핵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어. 이곳에서 투투는 영국 성공회 백인 신부인 트레이버 허들스톤을 만났는데 그가 투투에게 종종 책을 읽어주었을 정도로 친했다고 해. 어느 날이었어. 허들스톤 신부가 투투의 어머니께 모자를 벗어 예의 바르게 인사를 드렸어. 그 모습을 보고 투투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어.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게 왜 충격이냐고? 인종차별이 극심한 남아공에서 백인이 흑인 여성에게 인사를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야.
당시 남아공의 흑백차별은 상상 이상이었어. 투투의 아버지는 지역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교사였는데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리에서 백인 경찰들이 함부로 붙잡고 신분증을 요구받곤 했어. 이런 환경에서 자란 투투에게 신부의 행동은 파격이었어. 그의 행동이 훗날 투투로 하여금 종교에 귀의하게 한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