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가 있었다. 바닥에는 하얀 캔버스가 펼쳐져 있었다. 크고 작은 물감 깡통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사내는 깡통을 들고 캔버스 위를 휘젓고 다녔다. 물감은 흩뿌려졌고, 방울방울 부정형으로 떨어졌다. 붓 혹은 막대기를 들고 물감방울을 휘갈겼고, 손가락을 담가 캔버스 위에 튕겨내기도 했다. 그림보다 영화로 먼저 만난 화가 잭슨 폴록.
스크린 속의 잭슨 폴록은 광기 서린 천재였다. 보통사람이 범접하기 어려운 예술가의 삶, 그 자체였다. 그는 평생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고,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거친 성격의 소유자였다. 수많은 여자들과 자유분방하게 지냈고(그러나 자신의 아내이며 화가였던 리 크레이스너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한편으로는 왁자지껄 사람들 속에 있는 자신을 견디지 못하는 은둔형의 인물이었다.
스크린은 모순투성이처럼 보이는 그의 삶을, 폭발할 것 같은 열정을 담은 그의 작업과정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나는 그의 삶, 그의 예술을 구경하면서 단조로운 내 삶을 전복시키고 싶다는 어떤 뜨거움을 전달받았다. 생의 마지막 길 역시 드라마틱했다. 20세기 추상미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잭슨 폴록은 마흔네 살의 나이에 애인과 탑승한 채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이렇게 보면 잭슨 폴록은 스크린에 닮기에 혹은 자서전으로 쓰기에 적합한(?) 예술가다. 흔히 천재성과 광기는 뇌의 해부학적이고 화학적인 근원이 거의 같다고, 거의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된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다음과 같은 반기를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