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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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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유보트, 모던 파리를 담다

봄은 빛의 계절인가? 아니지, 빛의 계절이 아닌 때가 있던가.
무거운 겨울을 보낸 탓인지 봄의 빛은 더 싱그럽다.
빛의 오묘한 생동감을 간파한 인상파 화가들.
그들 안에 속하면서 그들 옆에서 그들 뒤에서 후원자 노릇을 톡톡히 한 구스타브 카유보트, 그 남자의 뒷모습이 자꾸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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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파리의 변화를 담다

비 오는 파리 거리를 순간적인 스냅 사진에 담듯 화폭에 옮긴다.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0~1894)라는 이름은 낯설어도 이 그림만큼은 눈에 익은 이가 많으리라. 

카유보트는 19세기 프랑스에서 활동한 인상주의[1] 화가로, 당시 미술계의 대표적인 ‘훈남’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부유한 상류층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 물질적으로 풍요하게 살았던 그는 인상파의 진정한 ‘후원자’였다. 부친의 유산으로 인상파 전시를 후원하고, 가난한 인상파 동료 화가들의 작품을 사들이는가 하면, 나중엔 자신의 컬렉션 40점을 프랑스 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후대에 인상주의를 널리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점이 부각되는 바람에 ‘화가’로서의 재능이 과소평가돼 후대에 재평가된 인물이다. 

카유보트가 새롭게 조명된 이유는, 그가 당대 인상파와는 구별되는 ‘사실주의적 화풍’으로 대격변기를 겪고 있는 파리의 풍속을 그림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1789년에서 1852년 사이 프랑스는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산업혁명은 도시 집중화를 몰고 왔고, 노동자 계급이 생겨나는가 하면, 다리와 철도가 건설되는 등 도시의 얼굴을 바꾸어놓았던 것. 그는 현대화한 도시의 모습과 그로 인한 인식의 변화를 그림으로 표현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