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를 물에 적셔 벽에 던지면 착 달라붙어. 이게 뭐라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주 하는 장난이야. 근데 이런 짓을 자기 집 화장실에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담배꽁초를 길에 버리는 어른은 또 얼마나 많은지. 심지어 바닷가에서는 쓰레기를 모래 속에 파묻기도 한대. 양심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해변가 모래를 15센티미터 깊이로 파헤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비치클리너(Beach cleaner)’라는 특수차량이 부산 해운대 해변을 돌아다닌다는군. 자기 집 장판 아래 꽁초 숨기는 어른은 없을 텐데….
누구나 알 듯 인간에게는 이처럼 이기적인 속성이 있어. 그렇다면 이기적 인간이 도달할 종착점은 어디일까? 이를 가장 명쾌한 비유로 설명한 사람이 미국의 생태학자 개릿 하딘[1]이야. 1968년에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논문은 여러 학문에서 두루 인용되었고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어.
하딘은 가축을 방목하는 목동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서 공유지의 비극을 설명했어.
어떤 마을에 가축을 방목할 수 있는 목초지(공유지)가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땅을 갖고 있었지만, 이 공동의 땅에 자신의 가축을 가능한 한 많이 풀어놓으려 했다. 자기 비용 부담 없이 넓은 목초지에서 신선한 풀을 마음껏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 농가에서는 공유지의 신선한 풀이 자신과 다른 농가의 모든 가축을 기르기에 충분한가를 걱정하기보다는 공유지에 방목하는 자신의 가축 수를 늘리는 일에만 골몰했다. 그로 인해 공유지는 가축들로 붐비게 됐고, 그 결과 마을의 공유지는 가축들이 먹을 만한 풀이 하나도 없는 황량한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