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낙서처럼 휘갈겨놓은, 또 스프레이 페인트로 분방하게 그려진 그림과 문자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장난스러워 보이는 이 그림들은 보수적인 시선으로는 불안정하고 위험해 보이겠지만, 대단히 젊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갑갑한 틀을 확 벗어던진 거침없는 상상력. 이것이 바로 그래피티 아트다. 그래피티 아트는 거리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다. 주로 락카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말한다.
반항적인 청소년들, 혹은 흑인 등 소수 인종들이 거리의 벽이나 경기장, 지하철 전동차 등에 닥치는 대로 그렸던 이 그림들은 한때 도시의 골칫거리였다. 이 골칫거리 낙서를 그래피티 아트로 자리 잡게 한 데에는 장 미쉘 바스키아[1]와 키스 해링의 공이 컸다.
키스 해링은 미국이 대격변기를 겪던 60, 70년대에 사춘기를 보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테크놀로지, 젊은이들의 반전 운동[2], 보수적인 성문화의 붕괴…. 해링은 이 변화를 그대로 흡수했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정한 고민들을 놓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