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genome, 우리 말로 유전체라고 한다)은 유전자(gene)와 세포핵 안에 있는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유전정보 전체를 말한다. 인류는 1990년 인간 DNA를 구성하는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개발하고자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2001년 게놈지도 발표 결과를 보면 인간의 세포 한 개에 있는 46개(23쌍)의 염색체에는 모두 31억개의 염기쌍이 있고, 이 안에 약 2만 6000개에서 4만 개의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2003년 4월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 6개국 과학자들은 인간 DNA의 30억 염기 서열에 대한 해독을 99% 밝혀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중 95% 이상은 기능을 알 수 없는 DNA 조각이고, 실제 기능을 가진 유전자는 유전체의 약 1.1% 정도라고 한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질병을 진단하고, 난치병을 예방하고, 신약을 개발하고, 개인별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등 생명과학과 의학 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는 유방암 유전자 ‘BRCA1과 BRCA2’이다. 유방암이나 난소암은 가족력이 결정적인데 연구를 통해서 유방암의 경우 부모 중 어느 한쪽에게서 ‘BRCA1과 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자녀에게는 50%의 확률로 유전되고, 거의 틀림없이 발병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을 경우 유전자 진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인간 게놈 지도가 그려지자 개인의 게놈을 분석, 이를 토대로 개인별 맞춤 의료가 가능한 ‘개인 게놈 시대’가 열렸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 사람의 게놈을 분석하는 일은 천문학적인 비용과 수많은 인력이 필요한 거대 프로젝트였는데, 불과 몇 년 만에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해 그 비용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기술 발전에 힘입어 현재 미국의 ‘23앤드미(23andMe)'[1] 같은 DNA 해석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선구적인 유전자 검사 민간 기업인 23앤드미는 299달러로 250여 가지 유전자 분석을 제공하는 상품을 선보여 유전자 분석의 길을 넓혔다. 이 DNA 검사키트는 타임지의 2008년도 최우수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04년 무렵 췌장암으로 투병생활을 시작, 2011년 세상을 떠난 애플의 스티브 잡스. 그는 개인 게놈을 분석한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다. 췌장암은 사망률이 높고 생존율이 낮은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췌장암의 경우 5년 생존율도 어려워 3년 생존율을 따질 정도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잡스의 생존 기간은 긴 편. 잡스에게 몇 년의 인생을 더 선물한 것은 바로 유전자 진단을 통한 맞춤치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