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4일 오후 8시 무렵, 서울 광화문광장 북쪽 경복궁 앞 도로에서 시민 수십 명의 구호가 우렁차게 흘러나왔다. 온몸에 푸른빛을 받고 있는 시민들이 ‘집회는 인권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진짜 사람들이 아니었다. 시위 모습을 사전촬영한 다음 홀로그램으로 비춘 ‘유령집회’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 크기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등장해 실제 집회할 때처럼 “평화행진 보장하라”, “우리는 불법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광화문광장 일대에 전·의경 300여 명을 배치했으나 집회는 충돌 없이 마무리되었다.
국내 최초로 ‘홀로그램 집회’를 계획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헌법 21조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와 같은 집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2014년 세월호 집회 이후 청와대 인근 지역 집회에 대해 경찰이 금지 통고를 남용하고, 집회 현장에선 차벽·물대포 사용 등을 쓰는 등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가 침해받고 있음을 항의하고자 한 것.
앰네스티는 청와대 근처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2016년 1월 24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서를 냈으나, 경찰이 ‘교통소통 방해’를 사유로 금지통고를 하자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홀로그램 집회를 열기로 했다. 집회에 앞서 앰네스티는 서울시로부터 ‘문화제’로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았다. 서울시 측은 “앰네스티측 유령 집회는 기자간담회와 영상 상영으로 이뤄진 엄연한 문화제”라며 광화문광장은 문화제가 아닌 집회를 금지할 뿐이니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