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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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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 모두에게 안전한 곳인가요?

2019년을 기점으로, 서울에는 이제 총여학생회가 존재하는 대학이 없다.
전국적으로도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대학이 마침내 성평등 공간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런데 청년들이 발 디딘 대학의 땅이, 정말 한편으로 치우지지 않고 평평하게 균형을 이루었을까?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은 동등한 권리를 누리도록 보호받는가?
총여학생회 폐지와 관련한 고민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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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간 학내 정치와 유리된 학교생활을 했다. 정치를 기피해온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다. 우리 학교 분위기는 실망스럽게도 다분히 보수적인데, 내가 이를 바꾸기란 불가능해 보여 무력감과 피로가 차올랐다. 나는 기능적인 이득(취업을 위한 대학 졸업장 따기)만을 위해 눈과 귀를 닫고 학교를 다녔다. 강의를 듣고 나면 곧장 집으로 향했다. 게시판에 덕지덕지 붙은 각종 대자보는 흘깃 보고 모른 척하며 지나쳤다.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가 내놓은 선거 공약집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고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단조로운 학교생활을 이어가다 2018년 하반기에 휴학을 했다.

휴학 기간 동안 소수의 학교 사람과 연락을 했다. 그중 한 명은 내가 1학년 때 잠깐 활동했던 정치학회 선배였다. 그는 간간이 메신저로 안부 인사를 전했는데, 10월이 되자 평소와는 조금 다른 이유로 연락해왔다. 선배는 총여학생회 존폐 투표 관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때 총여학생회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총여학생회는 왜 폐지돼야 할까? 당시 학교를 쉬며 일을 하던 나는 그 이유가 뭔지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기구가 사라지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봐야 했다. 

작년 나는 총여학생회가 없는 학교로 복학을 했다. 사실 복학 직후에는 총여학생회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했다. 여전히 학내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탓이다. 그러다가 10월과 11월, 내가 우상처럼 여겼던 여성(설리와 구하라)을 연달아 둘이나 잃고 난 뒤에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았다. 습관적으로 외면해온 물음이 떠올랐다. 과연 학생 모두가 대학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며 안전하게 생활하고 있는가?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사라져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울타리, 총여학생회

총여학생회는 어떠한 연유로 탄생했고, 학생사회에서 무슨 역할을 도맡았을까? 대학에 총여학생회가 생긴 것은 1980년대로, 민주화 운동 물결이 거셌던 시절이다. 당시 대학가의 모습이 어땠을지 상상해보자. 지금 한국은 ‘딸아이는 시집이나 보내라’는 말이 절대 통용될 수 없는 사회지만, 내 부모님 세대만 해도 딸보다는 아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였다. 남초사회였던 대학에서 마초적인 운동권 문화가 주류로 떠오르며 여학생들에겐 혐오와 차별, 폭력이 암암리에 가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총여학생회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