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2
사회, 문화
목록

전화 통화가 무서워요!

몇년 전부터 전화 통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대화와 의견 교환, 심지어 간단한 문의마저도 통화 대신 메신저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현대인, 그중에서도 특히 청년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생겼다. 바로 ‘전화 공포증(Call Phobia)’이다.
image

전화기 발명과 함께 변화해온 사람들의 소통 방식

1870년대 전화기가 발명된 이래, 전화는 면대면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손쉽게 소통하게끔 도와준 고마운 통신 수단이다. 편지나 전보는 주고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전화를 하면 상대와 즉각 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편리함에 힘입어 전화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거대한 기계였던 전화기는 지속적인 경량화를 거듭하며 가정용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집집마다 전화기를 놔도 밖에 나가면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거리마다 공중전화가 즐비했고 사람들이 그 앞에 길게 줄을 서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었다. 휴대전화는 단순한 통화 기구가 아니라 유행을 선도하는 전자기기였다. 통신 기업들은 ‘쿠키폰’, ‘롤리팝’, ‘매직홀’, ‘햅틱’, ‘아몰레드’ 등 개성 넘치는 휴대전화 모델을 출시했고 전화기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게다가 휴대전화에 액정 화면이 설치된 덕분에, 사진 촬영이나 영상통화처럼 기존 전화기에 없던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신기술 중에서도 ‘문자 메시지’는 그야말로 또 다른 통신 혁신이었다. 음성 통화는 시공간이나 상황의 제약을 많이 받았다. 급하게 연락할 일이 생겨도 대학 강의실에 앉아 있거나 통신이 불안정한 지하도를 걷는 상황이면 전화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는 굳이 통화를 하지 않아도 될 때나, 전화를 걸거나 받기 곤란한 경우에 유용하게 쓰였다. 그러니 휴대전화와 문자 메시지의 등장과 함께 음성 통화는 자연히 힘을 잃었다.

단순한 ‘전화기’ 그 이상인 스마트폰

2010년대, 스마트폰이 출시되며 전화의 입지는 본격적으로 좁아졌다. 스마트폰 역시 휴대전화의 일종이지만, ‘전화기’의 사전적 정의를 뛰어넘는 기능을 담은 완전히 새로운 매체다. 얼마나 혁신적인지 기존 휴대전화는 ‘피처폰’으로 명칭을 달리 부르며 구분할 정도다. 현대인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히 전화를 걸고 받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없이는 단 하루도 견디지 못할 만큼 편리하고 재미난 기능을 수도 없이 제공한다.

여기서 잠시 한 가지 질문. 당신은 평소 스마트폰을 쓸 때 오감 중 어떤 감각을 많이 사용하는가? 액정 화면을 ‘보거나’ 손으로 ‘터치’하는 식으로 시각과 촉각을 주로 사용하지 않는지? 친구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SNS에 사진을 공유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책과 화장품을 구매하거나, 검색창에서 모르는 정보를 찾아보거나, 심지어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까지 전부 시각과 촉각 두 감각을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상기한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거나 스스로 말할 필요가 없다. 전화기에서 청각이 배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