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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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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해설

<학마을 사람들>,

학이 돌아오길 애타게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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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뚫고 고갯길을 넘어야 하고, 그러고도 아래 골짜기를 삼십 리 더듬어 가야 닿는, 까마득한 두메산골. 마을 사람들은 자기네 사는 곳을 ‘학마을’이라고 불렀다. 

1957년 이범선이 <현대문학>에 발표한 <학마을 사람들>은, 학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다. 일제 말기부터 6‧25 전쟁까지 결코 단편이라는 그릇에 담기 버거운 긴 이야기를 작가는 ‘학’을 중심에 둠으로써 솜씨 좋게 빚어냈다. 

‘운명’이란 말 앞에는 흔히 ‘거대한’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인간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그래서 운명 앞에 선 인간은 인간의 발 아래 놓인 개미나 다름없게도 느껴진다. 이범선은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운명의 현실 앞에 놓인 인간을 그려냈다. <학마을 사람들>은 바깥 소식도 미처 닿지 않은 두메산골 사람들이 역사적 운명이 던진 고난 속에도 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려는 꿋꿋한 의지를 담고 있다.

학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아껴온 길조다. 가을 무렵 떼를 지어 날아와 겨울을 나면서  짝짓기도 하고 새 가족을 이루며 평화로이 노닐다 다시 먼 여행을 떠나는 겨울새다. 일명 두루미로도 불리는 학은 우리 전설 속에서 봉황 다음으로 이름 높은 새로, 조선시대 백관이 입는 흉배에 그 고고한 혼을 기려 수를 놓았고, 아름다운 청자 매병에도 새겨놓아 그 기품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