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려고 넘어뜨린 말이 촬영 후 죽자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동물자유연대는 촬영장에서 말을 강제로 고꾸라뜨리는 영상을 공개하며, 동물을 학대하는 촬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영상은 2021년 11월 2일에 촬영된 것으로, 스태프들은 이성계(김영철 분)의 낙마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달리는 말 다리에 와이어를 묶어 일부러 쓰러뜨렸다. 영상에는 달리던 말의 몸체가 들어 올려져 머리부터 바닥으로 처박히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KBS는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나 외견상 부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돌려보냈다”고 해명했지만, 촬영 일주일쯤 지나 말이 사망하자 논란이 커졌다. 1월 2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방송 촬영을 위해 안전과 생존을 위협당하는 동물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1월 25일 기준 14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태종 이방원> 방영을 중지하고 관련자를 처벌해달라는 청원도 6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KBS 게시판에는 구시대적인 드라마 제작 방식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더미(모형 말)를 이용해 촬영하거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충분히 실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는데도 굳이 동물을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사망한 말은 ‘까미’라는 퇴역 경주마였다. 동물권 보호 단체 카라는 “일평생 인간의 오락을 위해 살아야 했고, 결국에는 고꾸라지며 쓰러져야 했던 까미. 이제 까미와 같이 착취당하고 죽는 동물이 없기를, 어느 동물도 해를 입지 않는 사회로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카라는 서울 마포경찰서에 <태종 이방원> 촬영 책임자를 동물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도 1월 21일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까미를 사망에 이르게 한 KBS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태종 이방원> 촬영은 현재 중단되었으며, KBS는 1월 22~23일에 이어 29~30일에도 방송을 내보내지 않고 2주 연속 결방 조치했다.
2022년 3월
2020년 6월 동물권 보호 단체 카라는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미디어 종사자 1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촬영 현장에서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촬영 중 말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기 충격기를 사용하고, 새벽 내내 잠을 못 자게 말과 토끼를 일부러 찔렀으며, 새가 멀리 날아갈 수 없도록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동물 학대가 이루어졌다. 한 응답자는 “(방송에서) 동물 사용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감독 A는 개를 죽이는 장면을 굳이 넣었고, 최소한의 특수 분장과 CG를 권했지만 ‘그만큼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될’ 장면이라 여겼다”고 폭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