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가난에 대한 작가 김동인의 너무 소박한 이해를 담고 있다고 지적받는다. 복녀 부부가 생존이 어려울 만큼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된 것을 단지 ‘극도로 게으른 남편’ 때문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20~30년대의 농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 주된 이유는 개인의 성실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일본 제국주의가 1920년대부터 실시한 ‘산미증식계획’이나 착취에 가까운 소작제도가 농민층 몰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는 1920~3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여러 작품을 창작한 김유정의 단편 <만무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김동인은 왜 이처럼 단순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을까?
<감자>는 <약한 자의 슬픔>(1921)과 더불어 당시 국내에 소개된 서양 문예사조의 하나인 자연주의 계열의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문예사조로서의 자연주의는 마치 자연과학자들이 자연의 대상을 관찰하고,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여 실험하듯, 인간 사회의 현상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그에 적합한 환경을 설정함으로써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인간 역시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 본능이나 생리적인 필연성으로부터 강력하게 지배받는 존재라고 파악한다.
그 때문일까? <감자>에는 ‘게으른 남편’ ‘칠성문 밖 빈민굴’ 등 복녀로 대표되는 인간의 도덕성을 실험하는 환경적 요소들이 다수 등장한다. 모든 것은 복녀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기 위한 ‘의도된 소박함’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감자>는 환경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의 과정을 실험하는 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실험에서 복녀는 생존본능에 지배되어 도덕성을 포기한다는 자연주의적 결론에 도달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