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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화폐,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돈

‘돌기 때문에’ 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가진 사람이 돈을 소비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요? 
물가는 떨어지고 돈의 가치는 올라 사람들이 경제생활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면 돈이 필요한 사람들끼리 돈을 만들어 쓰면 안될까요?
다양한 대안화폐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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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살기 어려워진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에 탄광이 있어 예전에는 그래도 넉넉했었는데 지금은 탄광도 폐쇄됐고 석탄을 가공하는 공장도 문을 닫았습니다. 상점에는 손님이 없어 재고품이 쌓여갔고, 직업을 잃은 사람들 중에는 거리로 나온 이도 있었습니다. 나라에선 다른 마을도 어렵다며 기다리라는 대답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마을에 돈이 없으니 노동자의 월급을 줄 수도, 물건을 살 수도 없었던 것이죠.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했으니 해결법을 찾자고요. 그때 누군가가 말합니다. “그럼 우리가 돈을 만들면 어떨까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가짜 화폐’를 만들었습니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화폐를 위조한 것이 아니라 마을에서만 쓸 수 있는 마을의 화폐였습니다. 마을에서만 통용된다는 점, 그것만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진짜 돈과 똑같았습니다. 돈을 받은 탄광과 공장은 다시 문을 열고 노동자들을 불렀습니다. 일을 하는 사람이 생기자 다른 마을에 갖다 팔 수 있는 물건이 생겼습니다. 탄광과 공장은 빌린 화폐를 진짜 돈으로 갚았습니다. 노동자들은 일한 대가로 가짜 화폐를 받고, 상점에서 생필품을 샀습니다. 상점에는 재고가 없어졌고, 이 돈으로 다시 공장에서 물건을 사 오거나 진짜 돈으로 교환했습니다. 마을은 다시 생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적막했던 아침에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거리를 메웠고, 저녁에는 식탁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집집마다 들려왔습니다.

돌지 않는 돈의 대안, 대안화폐 

소설 《유토피아》의 한 장면 같지만(사실 유토피아에는 화폐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1930년대 독일의 작은 탄광 마을 슈바넨키르헨(​Schwanenkirchen​)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돈의 이름은 ‘베라(​wara​)’였고, 베라 덕분에 마을의 살림살이가 다시 회복됐다고 합니다. 베라와 같이, 정부에서 발행하는 화폐가 아닌 마을과 같은 공동체에서 ‘필요에 의해 만든 화폐’를 대안화폐라 부릅니다. 돈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생소하지만 역사 속에선 대안화폐를 만들었던 마을이나 공동체가 많이 존재했고, 지금도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안화폐를 왜 만드는 걸까요? 만들어진다고 해도 누가 그걸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