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 호모사피엔스가 ‘물표’를 이용해 기록이란 걸 남기기 시작한 게 약 8000년 전의 일이다. 물표란 양, 염소, 포도주 등을 사고판 고대의 회계기록인데 작대기를 그어놓은 듯한 아주 단순한 형태였다. 그래도 물표 덕분에 양이나 염소, 포도주가 눈앞에 없어도 재고를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물표는 문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순해서 일반적으로 문자의 역사를 얘기할 때는 수메르인이 기원전 3000년 경에 사용한 상형문자에서 출발한다.
문자가 생기기 전까지, 고대 인류는 음성언어만을 이용해서 의사소통을 했다. 소로 밭을 갈아야 한다, 저기 어디 불이 났다, 내가 만든 빵과 네가 만든 바구니를 바꾸지 않겠느냐 등.
그러나 음성언어만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는 건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불편했다. 무엇보다 대화할 당시, 그것도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에게만 생각을 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멀리 떨어진, 더 나아가 후세의 자손들에게도 자신들의 생각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메모할 필요성도 있었다. 고대인은 그림이나 막대, 매듭을 이용해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문자가 탄생한 배경이다.
인류가 어떻게 문자를 사용하게 됐는지, 문자 탄생의 장면을 더듬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