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오늘날 근친혼을 금하고 있어요. 근친간의 결혼이 반윤리적이란 생각과 함께 후대에 여러 가지 기형적 유전병을 낳게 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그런데도 일부 국가에서 근친혼이 인정되는데요, 그 이유는 과거의 결혼 풍속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왔기 때문이에요.
과거 근친혼은 왕실을 중심으로 흔하게 행해졌어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역시 자신의 친동생과 결혼한 것으로 유명하죠. 영국 왕실이나 일본, 중국 왕실에서도 흔한 일이었고요. 그런데 고대인들은 왜 이런 결혼 풍속을 갖게 됐을까요? 또 근친혼과 같은 결혼 풍속이 다른 나라만의 일일까요? 우리나라의 고대 결혼 풍속은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나요?
앞서 외국의 사례를 이야기했지만, 우리 나라 고대 국가에서도 근친혼의 기록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삼국통일의 영웅 김유신과 김춘추(태조무열왕)는 사돈이에요. 김유신의 막내 여동생 문희(문명왕후)가 김춘추와 결혼했지요. 그런데 나중에 김유신은 이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딸과 혼인을 합니다. 외삼촌과 조카가 결혼을?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이죠.
이런 사례는 꽤 많아요. 삼국통일의 기초를 연 진흥왕의 아버지는 법흥왕의 동생 갈문왕이었고, 어머니는 법흥왕의 딸이었어요. 법흥왕의 딸이 자신의 삼촌과 결혼해 낳은 아들이 진흥왕이었죠. 이로써 진흥왕은 자신의 어머니가 곧 사촌누나이기도 한 복잡한 가족관계를 가지게 됐죠. 이처럼 당시에는 근친혼이 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