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세기, 당나라의 수도 장안은 당시 세계의 중심이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유럽 사람들이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 것처럼, 당나라가 번성하던 시기 아시아 대륙의 모든 길은 장안으로 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다. 제국이라 불렸던 당나라의 위세는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나라가 거대한 국제 상업 네트워크를 완전히 통제했던 건 아니다. 장안을 중심으로 활발한 장거리 무역이 이루어지면서 그에 관계한 주변 민족들도 서서히 힘을 키웠다. 이들은 점차 당 제국의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당나라 또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당나라가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건 타민족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민족의 힘은 제국의 존립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안록산의 난’이다. 당 제국의 역량이 정점에 달했던 바로 그 시점에 당 제국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던 반란의 주인공 안록산. 그의 존재 자체가 바로 당나라와 주변 민족 세력의 대립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데….
안록산(安祿山, 703~757)은 유목 민족인 소그드인 아버지와 돌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곳은 당나라가 아니라 돌궐의 땅이었고, 코커서스계 인종으로 외모 또한 흰 피부에 푸른 눈, 온몸에 붉은 털을 가졌다. 실크로드를 넘나들며 무역업에 종사하던 아버지가 장안을 본거지로 삼아 정착하면서 안록산도 중국식 성과 이름을 부여받았다. 아버지가 당나라에서는 강국(康國)으로 불리는 사마르칸트(중앙아시아 내륙 무역도시) 출신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강(康)씨 성을 썼다. 후에 어머니가 또 다른 소그드인인 안연언(安延偃)과 재혼하면서 안(安)씨 성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