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킹스 스피치> <대니쉬 걸>까지 훌륭한 작품을 여럿 만든 톰 후퍼 감독의 신작 <캣츠>가 2019년 12월 개봉했다. 제니퍼 허드슨, 주디 덴치, 이안 멕켈런, 이드리스 엘바 등 유명 배우들이 다수인 초호화 캐스팅.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감독, 연기력이 보장된 캐스팅, 게다가 원작은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그 ‘캣츠’라니. 기대하는 마음이 안 들 수가 없다.
모두가 알 듯, 이 영화는 ‘폭망’했다. 해외 잡지 <버라이어티>는 캣츠의 손실이 1억 달러(약 1,16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화가 실패한 원인은 다름 아닌 어설픈 CG와 괴상망측한 캐릭터 디자인 때문. 영화 평론 사이트 로튼토마토에는 “개들에게 축하를 전한다” “극장을 떠날 즈음에는 고양이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헷갈린다”는 평이 달렸고, 국내에서도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들이 징그럽다는 후기가 줄을 이었다.
놀랍게도 <캣츠>는 국내에서 75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 후기를 못 봤거나 후기를 봤더라도 한 번쯤 영화 버전의 <캣츠>를 보고 싶어 관람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가 이상한 줄 알면서도 관람했다는 사람들을 SNS에서 상당수 발견했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야?
보통 이왕 영화를 볼 거라면 더 잘 만든 영화, 더 재미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그런데 이렇게 간혹 ‘이상한 영화’를 골라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유튜브나 구글에서 ‘망한 영화 리뷰’‘망한 영화 이상형 월드컵’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지금까지 본 망한 영화들을 소재로 블로그 글을 꾸준히 작성하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