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 영국의 탐험가 오럴 스타인(Mark Aurel Stein)은 옛 호탄(Khotan) 왕국[1]의 단단-윌릭(Dandan-Uiliq) 사원 유적지를 탐험하다가 모래에 파묻혀 있던 목판화 한 점을 발견한다. 가로 46㎝, 세로 12㎝ 크기의 이 목판화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의 한 장면을 담고 있었다.
현재 대영박물관에 있는 이 작품은 <잠종서점전설도(蠶種西漸傳說圖)>. 이 목판화가 특별히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왼쪽에 그려진 두 인물 때문이다. 그림 한복판에 있는 여인은 화려한 화관을 쓰고 있고, 왼쪽 여인은 손가락으로 그 화관을 가리킨다. 이 장면이 뭐가 특별하다는 걸까?
힌트는 오른쪽 두 인물 아래에 있는, 비단을 짜는 ‘베틀’이다. 스타인은 그림 속 베틀이 인도 북부 지역에서 실제로 사용하던 베틀과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발견,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를 잡았다. 또한 네 개의 팔을 가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물은 누에와 비단을 관장하는 신을 묘사한 것으로 해석한다.
여러모로 이 그림은 누에나 비단과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왼쪽의 여인은 누구고, 왜 화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