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는 게 좋을까, 고민이 많이 되는 작품이다.
책 제목과 내용으로 보면 안토니오 할아버지가 손자 마르코스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 같다. 멕시코 고대 마야족 원주민의 후예가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세상과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은 얘기로 읽어도 무방하지만, 사실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사회·정치적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책의 저자인 마르코스의 직함은 ‘멕시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부사령관’이다. 그리고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은 멕시코 혁명의 영웅 에밀리오 사파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이들이 멕시코와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은 1994년 1월 1일이었다. 멕시코가 OECD 가입과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 체결로 선진국 진입의 꿈을 이뤘다는 생각으로 한껏 고무되어 있을 때, 봉기를 일으켰던 것이다. 이들은 멕시코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원주민들의 권익을 무시하는 멕시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고, NAFTA로 가시화된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적 세계화 운동의 기치를 펼친 것이다. 이쯤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멕시코의 정치상황이 어떻길래 이미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 시점에서 ‘민족해방군’이란 게 생겨난 것일까? 멕시코 혁명은 언제 일어난 거고, 멕시코 혁명의 영웅 에밀리오 사파타라니?
그 무렵 우리가 멕시코에 대해서 아는 건 성공적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한 나라요, 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의 조별 리그 첫 상대로 16강 진출을 위한 1승의 제물로 삼아야 할 나라, 혹은 할리우드 영화에 단골 출연하는 불법 이민자들의 나라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