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어. 2015년 8월이었어.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꽃동네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손을 건네주고 너른 품을 내어주었어. 그 모습을 보면서 아빠도 함께 덩달아 따스해지고 넉넉해지던 느낌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야.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였던 베드로가 초대 교황이고,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은 266대 교황이지. 가톨릭교를 우리나라에서는 천주교라고도 불러.
이승훈이 북경에서 영세를 받아 첫 신자가 된 1784년을 한국 천주교의 시작으로 보니까 올해로 230년이 되었어. 하지만 이보다 훨씬 전부터 종교인 ‘천주교’가 아니라 학문인 ‘천주학’으로 공부하던 사람들이 있었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서양의 문물과 학문을 받아들임으로써 지나치게 형식주의로 흐른 동양의 유학을 보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실학자들이 그들이야. ‘유교’보다 ‘유학’이 먼저였던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서 이들이 공부하던 천주학을 서양학문이라는 뜻으로 ‘서학[1]’이라고 하기도 했어.
아마 너희가 배우는 교과서에도 나올 걸? 마테오 리치가 지은 천주교 교리서인 《천주실의》를 들여온 이수광이나 이승훈이 영세를 받기 전부터, 젊은 학자들을 모아 천주학을 공부하던 사람들이 있었어. 이벽, 정약종과 정약용 형제, 권일신과 권철신 형제를 비롯해 《성호사설》을 통해 나라를 좀먹는 여섯 가지 폐단(노비제, 과거제, 양반제, 사치와 미신, 승려, 게으름)을 지적한 이익 같은 이들인데, 이들이 바로 실학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