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중국
민중의 비밀결사, 천지회
17세기 중반, 중국 대륙은 근대로 가는 변화의 문턱을 넘고 있었다. 그때 중국의 남부 지역에는 거대한 반란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다. 이른바 민중의 ‘비밀결사’가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던 중이었다.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새로운 국가 체제를 갖추어가던 17세기 중반, 중국 대륙에는 여러모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청나라 만주족 정권이 수립되면서 중원과 변경 지역 전체에 걸쳐 거대한 주류 세력의 교체가 일어났고, 유럽의 열강 세력이 본격적으로 남중국 해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이 당시 중국은 안팎으로 근대 사회를 향한 거대한 변화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이다. 같은 시기, 중국의 남부 지역에는 18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중국 각지를 뒤흔들 거대한 반란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었다. 이른바 민중의 ‘비밀결사’가 조금씩 그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던 것이다.
천지회는 누가, 왜, 언제 만들었을까
비밀결사[1]란, 말 그대로 독자적인 행동강령과 동원체계를 갖춘 민중의 지하 조직을 말한다. 물론 비밀결사의 회원들이 스스로를 비밀결사라고 불렀던 건 아니다. 각각 자기들의 모임을 가리키는 이름이 있었는데, 워낙 조직 형태도 다양하고 이름도 제각각이라 이후에 이들을 통칭하기 위해 비밀결사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아마 한국인들에게 가장 알려진 비밀결사는 삼합회(三合會)가 아닐까 싶다. 홍콩 느와르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조폭 조직이 흔히 삼합회라는 이름을 썼기 때문인데, 이 홍콩의 조폭 조직과 청나라 때의 비밀결사인 삼합회 사이에는 아무 관계가 없다.
사실 역사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리고 가장 주목할 만한 비밀결사는 삼합회가 아니라 천지회(天地會)다. 천지회를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지금까지도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학자는 정성공[2]과 그의 후예들이 17세기 말엽 처음 만들었다고 하고, 어떤 학자들은 18세기 중엽, 즉 1761년 즈음 정성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세웠다고 주장한다.
천지회가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주장이 서로 다른 이유는 천지회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서로 다른 것과 관련이 있다. 17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천지회는 대체로 민족주의적 저항 운동 조직으로 건설된 단체라고 주장한다. 정성공과 그의 후예들이 복건성 내지에서 반청복명[3]을 외치며 만든 조직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18세기에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천지회가 하층 민중이 부패한 지방관과 지주 등의 횡포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서로 돕고 힘을 합치기 위해 결성한, 일종의 계급적 상호부조 조직이었다는 점을 더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