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다이슨은 헤어드라이기 ‘다이슨 슈퍼소닉’을 공개했습니다. 2015년 무려 17억 4,000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기업의 야심작이라기엔 소박해 보이는 게 사실. ‘고작 헤어드라이기?’라는 반응이 먼저였죠. 하지만 다이슨 슈퍼소닉은 보통 헤어드라이기가 아니었습니다. 시연회장에서 모두를 놀라게 했던 건 바로 소리. 기존 헤어드라이기 제품에서 발생하던 소음이 거의 없었습니다.
다이슨은 헤어드라이기의 단점이 소음이라는 걸 파악하고 소음을 없앤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팬을 없애야 했는데, 이전에는 아무도 팬을 제거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내더라도 대체할 기술을 찾지 못했거나요. 팬은 헤어드라이기의 핵심 요소니까 말입니다. 다이슨 슈퍼소닉은 팬이 없어 소리도 덜 나고, 바람도 강하고 가볍기까지 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발표 현장에서 다이슨의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다이슨은 세상에 없는 제품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세상에 없던 방법으로 ‘재발명’하는데 집중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확실히 ‘팬 없는 헤어드라이기’는 헤어드라이기의 재발명품이었습니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처럼 말이죠.
스스로를 혁신가보다 발명가라 불리길 원하는 제임스 다이슨. 그는 1947년 영국 노포크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의 다이슨을 설립하기 전 커크 다이슨(Kirk Dyson)이라는 회사를 차렸는데, 이곳에서 처음 만든 것은 볼배로(Ballbarrow)라 불리는 정원용 수레였습니다. 보통의 정원용 수레가 폭이 좁은 바퀴를 사용해 땅에 홈을 남기고 좌우로 넘어졌는데 다이슨은 공처럼 생긴 큰 바퀴를 달아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경쟁사의 모조품으로 회사의 사정은 악화됐습니다.
사진_커크 다이슨의 볼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