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라고 할 수 있어. 하루 일과를 곰곰이 떠올려보면 움직일 때마다 쓰레기를 생산한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먹고 마시는 대부분의 활동에는 쓰레기가 생기잖아. 하지만 모두들 쓰레기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싶어해. 교실 쓰레기통도 항상 구석에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어. 그런데 그 학생이 “선생님, 냄새나요. 쓰레기통 옮겨주세요”라고 한다면, 여러분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쓰레기통을 아예 없애버려? 아니면 쓰레기통 위치를 매일 바꿀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학생을 위해서 좀 참으라고 해야 하나? 이건 어때? 쓰레기통에서 가까운 순서로 급식 때 먼저 먹게 하는 건?
이와 비슷한 일들이 대부분의 사회와 조직에서 일어나고 있어. 쓰레기 처리장, 화장장, 교도소, 장애인 시설 등은 꼭 필요한 시설인데 이 시설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리면 집단적인 반대운동이 불같이 일어나잖아. 그래서 서울에 화장장이 들어서는 데 14년이나 걸렸고, 서울 송파구에 있던 군부대를 경기도 이천으로 이전하는 데는 무려 11년이나 걸렸어. 화장장 주변의 서울 주민들은 반대 소송을 제기했고, 이천에서는 주민들이 살아있는 돼지를 능지처참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어. 서울시에 화장장이 필요한 건 인정하지만 다른 지역에 있게 해야 한다는 뜻이고, 우리나라에 군부대가 필요하지만 자기 지역에는 안 된다는 얘기지.
이처럼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손해되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을 ‘님비(NIMBY : Not In My Backyard “내 뒷마당에는 안 돼”)’라고 해. ‘지역 이기주의’ 혹은 ‘집단 이기주의’라는 말로 번역해. 이 말은 197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졌다고도 하고, 1980년대 말에 영국의 니콜라스 리들리 환경장관이 지역 이기주의를 비판하면서 처음 썼다고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