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라고 하면 정치인이나 명망가만 갖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니다, 누구나 지위를 갖는다. 인간은 사람들과 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지위가 생긴다. 부모님의 자식으로, 학교의 학생으로,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자로 살아간다. ‘자식’ ‘학생’ ‘손자’ 모두 지위다. 이렇게 ‘사회에서 개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사회적 지위(社會的地位, social status)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부모님의 자식인 것도 지위라고 한 걸 기억할 것이다. 태어날 때 부모님을 고를 수 없듯 아들 혹은 딸이란 지위는 선택할 수 없다. 이런 지위를 귀속 지위(歸屬地位, ascribed status)라고 칭한다. 귀속 지위는 ‘자연적으로 갖게 되는 지위’다. 개인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무관하다. 신분제가 있던 우리 옛 조상들은 귀속 지위에 속박돼 있었다. 아버지가 노비면 자식도 노비고 아버지가 평민이면 자식도 평민이다. 그때는 성별도 귀속 지위여서 여자와 남자의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 여자는 ‘양반’이라는 귀속 지위를 가졌다고 해도, 정승이나 영의정이 될 수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신분과 직업이 정해지고 교육의 기회 또한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귀속 지위가 강한 사회는 평등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다행히 인류는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고 지금도 계속 노력 중이다. 덕분에 귀속 지위가 많이 약해졌다. 성별, 인종, 계급과 상관없이 투표권이 있으며, 인간으로서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됐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귀속 지위가 강한 나라가 있다. 인도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caste)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불가촉천민으로 신분을 구분한다. 태어날 때부터 계급이 정해져, 어떤 교육을 받을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어떤 곳에 살지 다 정해져 있다. 특히 가장 하위 계급인 불가촉천민에 대한 인도 사회의 배타성은 상상 이상이다. 말 그대로 ‘접촉을 하면 안되는 천민’으로, 마치 노예처럼 사회의 가장 밑바닥 노동을 담당한다. 당연히 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변호사나 장관이 될 수 없으며 부자들이 사는 구역으로 이사할 수도 없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니, 너무나 부당하다.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시위를 오래 해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