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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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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일제시대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린 수작

<운수 좋은 날>은 김첨지의 하루를 쫓는다. 유난히 운이 따랐던 하루, 그러나 이상하게도 운이 보태질수록 불안감이 커져간다. 행운과 불행이 교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어떤 행운으로도 구제할 수 없는 가난. 20년대 조선의 민중들에게 ‘운수 좋은 날’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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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은 교과서에 실린, 아주 유명한 작품이야. 
소설은 인력거꾼 김첨지의 하루를 쫓고 있어. 리얼다큐처럼 1920년대 서울을 인력거로 누비는 김첨지의 하루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셈이야. 아
침 댓바람부터 김첨지는 운이 좋군. 손님을 둘이나 태워 80전을 벌었으니 말야. 김첨지는 아픈 아내가 일하러 가지 말라고 만류하는 걸 뿌리치고 나와 찜찜했던 터라,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설렁탕을 사 줄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았어. 그런데 이번엔 1원 50전으로 남대문정거장까지 가자는 손님이 있네. 김첨지는 신이 나서 인력거를 끌지. 하지만 내심 집에 있는 아내가 자꾸 걱정이 되면서 불안해져. 그래도 한 사람을 더 태워 한 차례 벌이를 더 한 다음 선술집에 들러서 친구와 술을 한잔 하고, 아내가 먹고 싶다던 설렁탕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에는 싸늘하게 죽어버린 아내와 엄마의 빈 젖을 빠는 세 살 배기 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지. 

참 비극적인 얘기야. 근데 별다른 줄거리는 없어. 단순하기도 하고. 그런데도 <운수 좋은 날>은 빼어난 한국단편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란다. 작가 현진건은 한국 단편문학의 확립자로 일컬어지고 있어. 이 단순한 얘기를 두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구성의 짜임새면에서나, 간결하고 정확한 묘사면에서나, 특유의 반어적 표현으로나, 문학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어. 더구나 감칠맛 나는 대사 처리는 독자들의 흥미를 돋운단다. 

이 작품의 진미를 알기 위해서 하나씩 살펴볼 작정인데,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것이 바로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란다.

현진건 (玄鎭健 1900~1943) 
호는 빙허憑虛. 1918년 일본 동경 성성중학成城中學 중퇴. 1918년 중국 상해의 호강대학 독일어 전문부에 입학했다가 그 이듬해에 귀국했다. <동아일보>, <매일신보> 등에 기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특히 <동아일보> 재직 시에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선수 손기정의 일장기 말살 사건에 연루되어 1년간 복역하기도 했다. 처녀작은 1920년 <개벽> 12월호에 발표한 <희생화>이고 주요 대표작으로는 <빈처>, <술 권하는 사회>, <타락자>, <할머니의 죽음>, <운수좋은 날>, , <불>, <사립정신병원장>, <고향> 등과 함께 장편 <무영탑>, <적도> 등이 있다. 

1920년 조선, 조선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