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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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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조바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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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풍이란 말은 봄이랑 잘 어울린다. 슬며시 다가와 보드랍게 감싸는 바람에 꽃향기라도 스치면, 덤덤한 마음도 괜히 들썩인다. 사계절이 완연한 나라지만 봄을 느끼는 마음은 좀 다르다. 별로 감상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입에서도 뜻밖의 말이 툭 튀어나온다. ‘바람이 달라.’  

3월은 조바심의 계절이다. 가슴이 쿵쿵거리고 호흡이 가쁘고 얼굴이 빨개지는 그런 조바심은 아니지만, 모두 소심하게 조바심을 낸다. 무거운 옷을 멀리하고 가벼운 옷을 입고 나와 뜻하지 않은 추위를 만날 때도 있고, 하루하루 팽창해가는 목련 봉오리를 유심히 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바람에 민감해진다. 거칠고 맹렬한 겨울 추위에 오래 시달려서일까. 

어릴 때의 하얀 타이즈도 생각난다. 봄 치마를 입으려고 하얗고 두툼한 타이즈를 신을 때마다 들떴던 마음. 나에게 혹은 우리에게 봄은 그렇게 오는 것 같다. 새로운 계절을 맞느라 설레는 건 봄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봄이 어서어서 와주길 조바심 내며 기다린다.

가끔은 언어가 세심하면서도 마음이 풍성한, 인자한 어른 같을 때가 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보통은 일반적인 쓰임새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조바심이란 말에는 금지의 뜻이 함축돼 있다. ‘조바심 내지 마.’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호들갑, 지나친 기대감, 오지 않을 일에 대한 멋쩍은 희망….  조바심을 내면 실수를 하거나 실망을 할 수 있으니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봄에 대한 조바심은, 이때의 뉘앙스와는 다르다. 아이 같고 맑은, 수줍은 기다림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