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월드컵 등의 대형 스포츠 행사는 전 세계 사람이 즐기는 축제다. 이렇듯 국가를 넘나드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스포츠를 외교의 창구로써 활용하는 것이 바로 ‘스포츠 외교’다. 스포츠 외교는 공식적인 외교와 달리 국제법에 제약받지 않기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양국의 선수가 포옹하며 평화를 염원하는 등 외교적인 메시지를 더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국제법 규범을 따르지 않는 만큼, 스포츠 외교를 통해 두 국가가 화합하는 모습이 나와도 현실의 외교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교를 군사력처럼 억압적인 ‘하드파워hard power’가 아닌 스포츠라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통해 평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장점을 지닌다.
스포츠 외교를 활용해 양국이 화합을 이룬 대표적 사례로는 1971년 미국과 중국의 ‘핑퐁ping-pong, 탁구’외교가 꼽힌다. 20세기 초중반, 자본주의 기치를 내세운 미국과 사회주의 진영에 속한 중국은 이념 갈등 때문에 아무런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았다. 그런데 1971년 중국에서 미국 탁구 선수단을 초청하며 상황이 급변한다. 미국 탁구 선수단 15명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래 중국을 공식 방문한 최초의 미국인이 되었는데, 이들이 베이징에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 탁구 경기를 펼치며 양국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같은 해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20년 넘게 유지하던 중국에 대한 무역금지조치를 해제했고, 이듬해인 1972년 닉슨 대통령은 상하이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양국은 정식으로 수교하게 된다. 중국은 이를 기념하며 미국에 판다곰을 선물하기도 했다. 핑퐁외교를 통해 앙숙이던 두 나라 사이에 다리가 놓인 셈. 2011년에는 핑퐁외교 40주년을 맞아 미국과 중국이 농구 친선경기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