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석유 없는 삶》은 더 이상 우리가 석유를 펑펑 쓸 수 없는 세상, 배럴당 380달러라는 엄청난 가격을 돌파할 미래에(2022년 7월 기준 100달러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이 문제는 생각보다 우리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으며, 이렇다 할만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만 한다고. 석유에너지를 대체할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닌, 지금과 같은 에너지 소비를 더욱 줄여야 하는 방식을 구해야 한다고 말이다.
책이 상상, 혹은 소묘하듯 그린 세계의 모습은 마치 인터넷이 되는 19세기 풍경과도 같다. 조금 초라, 혹은 구차해 보이나? 하지만 저자 제롬 보날디는 그러한 삶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잠시 상상해보자. 매일매일의 운송 수단 없이 우리는 살 수 있는가? 기차, 비행기, 선박 등의 탈것 없이 말이다. 또한 난방 시스템, 온수, 섬유, 시멘트, 유리, 종이, 비료, 금속, 자동차, 농산물, 전기, 전자, 냉동, 석유화학, 플라스틱 제품들 없이 살 수 있는가? 의약품과 화장품 생산에도 석유는 꼭 필요하다. 석유는 그아먈로 '모든 것'에 관련된 에너지다.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석유의 존재를 알았지만, 본격적으로 그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것은 기껏해야 150년 정도다. 지구 전체의 역사에 비교했을 때 매우 짧은 시간이다. 19세기로 접어들면서 석유는 인류의 역사에 주연으로 떠올랐다. 원유를 본격적으로 정제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오던 석유의 효용가치를 극적으로 증대시킨 첫 발자국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에너지원으로서 석유를 무시하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